SNarGPT 기술 블로그 1편: 정답 생성기가 아니라 사고를 보존하는 AI 튜터를 만들기까지
요즘 학생들은 이미 강력한 범용 AI를 손에 쥐고 있습니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같은 모델은 질문을 입력하면 몇 초 만에 그럴듯한 설명과 풀이를 만들어냅니다. 수학 문제를 사진으로 올리면 전체 풀이가 나오고, 국어 지문을 붙여 넣으면 구조화된 요약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질문은 자연스럽습니다.
이미 이렇게 뛰어난 AI가 있는데, 왜 굳이 학원에서 교육 AI를 직접 만들었을까?
SNarGPT의 출발점은 기술 과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아주 교육적인 불편함에서 시작했습니다.
AI가 답을 너무 빨리 알려주면, 학생은 언제 스스로 생각할까?
이 질문이 SNarGPT의 제품 방향과 기술 구조를 결정했습니다.
범용 AI는 강력하지만, 교육적으로는 너무 친절하다
범용 LLM은 대체로 사용자의 요청을 최대한 잘 수행하도록 설계됩니다. "이 문제 풀어줘"라고 하면 풀이를 제공합니다. "정답 알려줘"라고 하면 정답을 알려줍니다. 사용자가 막힌 지점이 어디인지, 지금 정답을 보는 것이 학습에 도움이 되는지까지는 기본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이것은 꽤 큰 문제입니다.
학생이 문제를 오래 붙잡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중요한 사고 과정을 통과하고 있는 중일 수 있습니다. 조건을 다시 읽고, 틀린 접근을 버리고, 필요한 개념을 떠올리고, 다음 한 줄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과정 말입니다.
그런데 AI가 이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완성된 풀이를 제공하면, 학생은 "이해했다"는 느낌을 얻지만 실제로는 사고의 근육을 쓰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정답은 얻었지만, 다음 문제를 풀 힘은 자라지 않는 것입니다.
SNarGPT는 이 지점을 제품의 핵심 문제로 정의했습니다.
좋은 교육 AI는 정답을 빨리 주는 AI가 아니라, 학생이 정답에 도달하는 사고 과정을 지켜 주는 AI여야 한다.
우리가 풀고자 한 문제: 수능 학습에 맞는 AI 제약 조건
수능 학습용 AI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했던 것은 "무엇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할 것인가"였습니다.
SNarGPT가 지키려는 제약 조건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근거 없는 답변을 줄인다.
- 정답을 바로 공개하기보다 사고 단계를 유도한다.
- 학생의 과거 학습 맥락을 현재 질문과 연결한다.
이 세 가지는 단순한 기능 목록이 아니라, SNarGPT의 시스템 설계 원칙입니다.
범용 AI를 그대로 가져와 프롬프트 몇 줄만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수능 기출 데이터, 문제 유형, 학생의 오답 패턴, 질문 맥락, 튜터링 전략을 하나의 흐름 안에서 다뤄야 했습니다.
그래서 SNarGPT는 단일 챗봇이 아니라 여러 모듈이 함께 작동하는 학습형 AI 시스템으로 설계되었습니다.
1. RAG: 검증된 기출 데이터에서 먼저 근거를 찾는다
교육 AI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그럴듯한 거짓말입니다. LLM은 모르는 내용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대화에서는 작은 오류로 끝날 수 있지만, 수능 공부에서는 학생의 개념 체계를 흔드는 문제가 됩니다.
그래서 SNarGPT는 수능·평가원·교육청 기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RAG 검색 구조를 갖췄습니다.
학생이 "이 개념이 평가원 기출에 나온 적 있어?"라고 물으면, 모델의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습니다. 먼저 검증된 기출 데이터베이스에서 관련 문항과 지문, 출제 맥락을 검색합니다. 이후 검색된 근거를 바탕으로 답변을 구성합니다.
SNarGPT의 RAG는 단순한 문서 검색이 아니라 수능 학습에 맞춘 검색이어야 했습니다. 같은 개념이라도 과목, 연도, 출제 기관, 문항 유형, 선지 구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조건부 확률"이라는 키워드는 단순 개념 설명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실제 기출에서는 표본공간을 어떻게 제한하는지, 분모를 어떤 사건으로 잡는지, 학생이 어떤 함정에 빠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SNarGPT의 RAG는 "관련 문서 찾기"를 넘어, 학생이 지금 풀고 있는 문제와 가장 가까운 출제 맥락을 찾아주는 방향으로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2. SNarGo: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막힌 지점을 찾는다
수학은 SNarGPT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영역입니다. 풀이 전체를 보여주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학생이 실제로 성장하는 지점은 전체 풀이가 아니라 "내가 왜 막혔는가"를 발견하는 순간에 있습니다.
SNarGo는 수학 특화 에이전트입니다. 목표는 정답을 빠르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조건과 풀이 흐름을 분석한 뒤 학생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학생은 이렇게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답은 알려주지 말고, 내가 어디서 막혔는지 첫 번째 힌트만 줘.
이때 SNarGo가 해야 할 일은 단순 풀이 생성이 아닙니다.
- 문제의 핵심 조건을 파악한다.
- 학생이 사용하지 않은 조건을 추정한다.
- 현재 막힌 단계에서 필요한 최소 힌트를 선택한다.
- 정답을 노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음 사고를 유도한다.
좋은 튜터는 학생 대신 모든 계산을 해주지 않습니다. 학생이 스스로 한 줄을 더 쓸 수 있게 질문을 던집니다. SNarGo는 이 튜터링 방식을 AI 시스템 안으로 가져오려는 시도입니다.
3. 캔버스와 비밀노트: 대화를 학습 자산으로 바꾼다
대부분의 AI 채팅은 한 번의 질문과 답변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공부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늘 틀린 문제는 내일의 복습 우선순위가 되어야 하고, 지난달 헷갈렸던 개념은 비슷한 문제를 만났을 때 다시 떠올라야 합니다. 학습에서 중요한 정보는 한 번의 대화 안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간에 따라 쌓이고, 다시 호출되고, 현재 문제와 연결되어야 합니다.
SNarGPT에는 이를 위해 캔버스(Canvas)와 비밀노트(Secret Note)라는 구조가 있습니다.
캔버스는 학생이 AI와 대화하며 발견한 핵심 내용을 정리하는 작업 공간입니다. 오답의 원인, 개념 요약, 문제 접근법을 대화 밖으로 꺼내 복습 가능한 형태로 만듭니다.
비밀노트는 조금 더 개인화된 학습 기억입니다. 학생이 반복해서 헷갈린 개념, 자주 놓치는 조건, 특정 유형에서 보이는 사고 습관을 기록하고 이후 피드백에 활용합니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조건부 확률에서 반복적으로 분모 사건을 잘못 잡는다면, SNarGPT는 이후 비슷한 질문에서 다음과 같이 반응할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조건부 확률에서 전체 경우를 잘못 잡았어. 이번 문제도 같은 함정이 있어. 먼저 분모가 되어야 할 사건부터 다시 정해보자.
이것은 단순한 장기 기억 기능이 아닙니다. 학생의 학습 이력을 현재 문제 해결 과정에 연결하는 개인화 튜터링 레이어입니다.
교육 AI에서 중요한 것은 모델 크기만이 아니다
AI 제품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어떤 모델을 쓰는지, 얼마나 큰 모델인지, 벤치마크 점수가 얼마인지에 집중합니다.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교육 AI에서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수능 학습 AI에서 더 중요한 질문은 다음에 가깝습니다.
- 이 답변은 어떤 기출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가?
- 학생에게 지금 정답을 보여줘도 되는가?
- 힌트는 너무 많은가, 너무 적은가?
- 이 학생은 과거에도 같은 개념에서 막힌 적이 있는가?
- 오늘의 질문이 다음 복습으로 이어지는가?
SNarGPT의 기술적 목표는 "가장 말 잘하는 AI"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학생의 사고 흐름을 해치지 않으면서, 필요한 순간에 정확한 근거와 적절한 힌트를 제공하는 AI가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RAG, 수학 특화 에이전트, 장기 기억, 학습 기록 요약, 튜터링 정책을 하나의 제품 경험으로 엮고 있습니다.
왜 학원이 직접 만들어야 했나
우리가 SNarGPT를 직접 만든 이유는 교육 현장의 피드백 루프가 제품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수능 공부에서 학생이 실제로 어디서 막히는지, 어떤 질문을 부끄러워하는지, 어떤 설명은 이해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음 문제에서 무너지는지, 이런 정보는 책상 앞에서 매일 학생을 보는 현장에 있습니다.
교육 AI는 모델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데이터도 필요하고, 기술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학생의 학습 행동을 해석하는 현장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SNarGPT는 그 세 가지를 연결하려는 시도입니다.
- 수능 기출 데이터
- LLM과 RAG 기반 시스템
- 독학기숙학원 현장의 학습 피드백
이 조합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범용 AI를 단순히 가져다 쓰는 대신, 수능 학습에 맞는 AI 튜터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결론: 정답을 자동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증폭하는 AI
SNarGPT는 학생이 AI에게 공부를 맡기도록 만들기 위한 제품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학생이 더 오래 생각하고, 더 정확한 근거를 찾고, 자신의 약점을 더 선명하게 인식하도록 돕기 위한 제품입니다.
AI가 교육에 들어오는 방식은 두 갈래로 나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학생 대신 답을 만들어주는 AI입니다. 다른 하나는 학생이 답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사고 과정을 설계해 주는 AI입니다.
SNarGPT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조금 느릴 수 있습니다. 조금 귀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능 학습에서 진짜 실력은 그 느리고 귀찮은 사고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교육 AI를 직접 만드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AI가 학생의 생각을 대신하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AI를 만들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SNarGPT의 RAG 시스템이 수능 기출 데이터를 어떻게 검색하고, 어떤 방식으로 학생 질문에 연결되는지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겠습니다.